본다이비치로 떠나요 온과 레오의 시드니~브리즈번 신혼여행기
화, 금요일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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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어지러운 한 주였습니다. 손에 무엇 하나 잡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평소대로 일상을 잘 살아내자며 스스로를 다독였지요. 이번 여섯 번째 이야기를 쓰니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도 같아요. 여러분의 소중한 하루가 평온하기를 바라며, 저의 바다 산책 이야기를 보냅니다. 여러 해변에서 조금씩 다르게 느꼈던 감상을 적어보았어요. 흘러가다 멈추고, 흘러가다 멈췄던 발걸음처럼 스크롤을 내려봐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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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온데간데 호주신행' 6화
🌊 에세이 바다에는 '자유'라는 이름을 붙여줘야지
✍️ 깜짝기고 제목은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 한마디 5화를 읽고 보내주신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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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라고 물으면 예전에는 바다가 좋다고 했지만, 이제는 산을 택한다. 사시사철 다른 색과 모양을 띠고 있어서다. 그래도 시드니에 왔으니 바다를 안 보면 서운할 것 같아, 하루만큼은 바닷가에서 보내기로 했다. 바다 수영은 체력적으로 무리가 갈 수 있으니 해안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다에서 하염없이 걷는 일은 생각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비워진 자리에는 내가 꼭 지키고 싶은 하나의 단어만 떠올랐다.
우리의 코스는 쿠지 비치 - 클로벨리 비치 - 브론테 비치 - 본다이 비치 순으로 이어졌다.
계속 도심이나 공원만 찾았기에 시드니의 바다 풍경과는 데면데면했다. 쿠지 비치의 첫인상이 딱 그랬다. 모래사장에는 비키니를 입거나 윗도리를 벗고 태닝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작은 해수풀에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이글이글 쬐는 강렬한 태양을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모습을 보고 피부가 태생적으로 자외선에 강한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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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에서 육지 안쪽으로 살짝 떨어진 곳에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고, 여기에도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구나!’ 하며 이 풍경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소극적으로 굴었다. 이미 그늘진 곳은 자리가 없어서 벤치에 앉지도, 돗자리를 깔고 있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신기하듯 쳐다보고 길을 떠났다.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며 몇 번 웃는 게 우리가 이곳에 적응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모래사장만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을 만났다. 공원처럼 벤치가 잘 조성된 곳도 있고, 아찔한 해안 절벽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도 있었다. 오르락내리락 언덕길이나 나무 데크 위를 걷기도 했다.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도보 코스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걷기 편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해변에 몰려있었고 산책로에는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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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이면 ‘아, 우리가 다음 해변에 다 와 가는구나’하고 알아챘다. 클로벨리 비치(Clovelly Beach)에 도착했다. 깊고 길게 파인 좁은 만 끝에 위치해 파도는 정말 잔잔했다. 뭍으로 조금 들어온 공간에는 콘크리트로 메워진 땅에는 수영장과 판판한 대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평평한 바닥에서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겼다.
근처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주스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봤다. 10대로 보이는 남녀 둘이 물에서 수영을 열심히 하더니, 발이 땅에 닿는 곳에서부터 일어나 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햇빛에 물은 반짝였다. 두 사람은 흠뻑 바닷물에 젖어있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웠다.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본 중에 가장 좋았던 해변이었다. 이곳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햇살과 바다를 즐긴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 삶에 이런 풍경이 있어야지' 하며 넋 놓고 해변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헤엄치고, 이제 막 기어다니는 아기를 돗자리에 자유롭게 풀어 두고 같이 앉아 있던 엄마들도 있었다. 핸드폰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저 사람들은 바다, 햇빛 그리고 약간의 먹을거리를 즐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유로운 호주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는데 그냥 져도 괜찮았다.
이게 그들의 일상이었다. 우리는 서울에 사니까 바다로 나가려면 적어도 2, 3시간을 써야 했다. 적어도 내 기준에는 바다는 큰맘 먹고 가야 하는 곳이자 가는 일 자체가 손에 꼽는 이벤트였다. 간다면 길게는 30분 정도 머물다, 사진을 하나 찍고, 오션뷰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였다. 휴가철인 한여름에는 사람이 너무 붐벼서 오히려 바다를 찾지 않았다.
반면에 이곳의 해변은 도심에서 버스로 20분이면 닿았다. 사계절 내내 온화하고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으니 바다를 늘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게 정말 축복이라 생각했다. 파라솔을 모자이크처럼 촘촘하게 쫙 깔아놓지 않았고, 제트스키나 바나나보트가 모터 소리를 내며 달리지도 않았다. 그저 부서지는 파도 소리, 신나게 노는 사람들의 소리, 간혹가다 까칠한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전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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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걷다 보니 해안을 따라 묘지가 나왔다. 어떻게 이곳에 묘지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Waverley 공원묘지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1877년 공식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10만 명 이상이 이 곳에 잠들어 있다고 전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 중 하나로 꼽히며,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은 덜 답답하겠지? 오히려 산책로 바로 옆에, 해안을 따라 공원묘지가 있기에 죽음이 삶과 멀지 않음을, 일상과 가까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살아있는 이들은 세상을 먼저 떠난 이를 더 자주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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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지, 클로벨리, 이보다 더 넓은 브론테 비치를 지나 우리는 본다이 비치에 마침내 도착했다.
구름이 살짝 끼어 있었고, 파도가 거칠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본다이 비치 끝에 아이스버그(Iceberg) 수영장이 있었다.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풀이기도 한데, 이날은 파도가 많이 부서지지 않아 풀장에 파도가 넘치는 건 못 봤다. 그냥 그곳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시원해졌다. 이곳은 확실히 앞에서 걸어오며 보았던 다른 해변보다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일상을 즐기는 호주 사람들도 있었지만, 유명한 스팟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래서일까 앞에 본 해변보다 한적한 느낌은 덜해서 조금 아쉬웠다. 수영장 옆으로는 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데, 여기서는 서퍼들이 많았다. 파도는 일정 간격을 두고 밀려왔다. 보드에 엎드려 파도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헤엄쳐 가는 사람들, 파도를 잡아 그 위를 유연하게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게 정말 호주구나!'싶었다. 자연과 마음껏 함께할 수 있는 호주인의 삶은 풍요로워 보였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고 리듬을 타는 행위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잊지 않는 자각이자, 영혼에 자유를 주는 것과 같았다.
황선우, 김하나 작가의 책 <퀸즐랜드 자매로드>에서는 호주인의 삶에 관해 이렇게 썼다. '아웃도어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문밖이라는 뜻이다. 이곳의 삶은 문밖에 있는 것 같았다. 광대하고 깨끗한 자연이 문밖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사람도 개들도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남들 보기에 힙하고 멋진 취미로서가 아니라 근사한 파도와 햇살과 바람이 밖에 있으므로 나가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이 아닌 바다로 향하는 아이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여러 학원을 순례하는 아이보다 그 어떤 다른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퇴근하고 가방 대신 보드를 들고 바다로 향하는 사람은 모니터 앞에 늦게까지 앉아 있는 사람보다
더 넓은 시야와 탄탄한 근육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산책로의 종착지가 본다이 비치인 만큼 발이라도 담가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레오는 운동화를 백팩 어깨끈에 한 켤레씩 끈으로 묶어놓고 아쿠아 슈즈를 신었다. 나는 검은 샌들로 갈아신고 걸었다. 처얼-썩. 처얼-썩. 바닷물은 동해만큼 차가웠고 파도는 생각보다 강했다. 파도가 모래를 쓸어갈 때 다리를 몇 번 휘청이기도 했다. 우리는 뭍에선 볼 수 없던 환한 미소로 사진을 찍다가,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모래 위에 글씨를 쓰다가, 해변 끝에서 끝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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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갈 무렵, 시드니로 여행 간다는 구독자 루시님의 소식을 인스타그램으로 접했습니다. 우리가 좋아한 도시를 누군가 간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어요. 다녀온 다음에 얘기도 마구마구 나누면 재밌겠다 싶었죠. 며칠 뒤 루시님의 SNS 계정에는 멋진 본다이 비치에서의 수영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과 실제로 몸을 담아 경험하는 일은 글로 표현될 때 엄청난 차이가 나는 걸 알기에... 제 글에서는 담을 수 없던 감각을 루시님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대신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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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치는 바다 바로 옆에 수영장이라니. 본다이 아이스버그 스위밍 클럽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 이곳에서 수영하고 싶다'는 낭만을 꿈꿨는데, 실제로 가게 될 줄이야.
설레는 마음으로 야심 차게 물속에 발을 넣었는데, '아이고 추워~'말이 절로 나왔다. 이래서 '아이스'란 단어가 붙었나. 그건 아니고 겨울에도 운영하는 야외 수영장이라고 한다. 함께 갔던 물개(파카 언니와 마틴)들이 하나둘 용감하게 뛰어들었고, 나는 조금씩 몸에 물을 묻혀가며 몸을 담갔다.
그런데 수심이 2m라 발이 닿지 않았고, 바닷물이라 엄청나게 짰다. 춥고, 짜고, 깊고...
나는 수영을 배운 사람이니 이제는 물이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헤엄쳤지만, 보통 수영장의 레인보다 2배나 길어서 계속 나아가기에는 힘에 부쳤다. 게다가 물이 깊어 잠깐 쉴 수도 없었다. 힘이 빠지면 배영으로 바꿔야지 싶었지만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니 무섭다 못해 패닉이 왔다. 이러다 죽겠다 싶었지만 레인 끝까지 겨우 헤엄쳐 빠져나왔다.
바다의 풍경을 즐기면서 자유형, 배영, 평형을 번갈아 가며 멋지게 수영하려고 했던 나의 낭만은 파도의 물거품처럼 사라졌지만 이렇게 돌아갈 순 없었다. 용기를 내어 수심이 얕은 초보 라인에서 조금씩 시도해 보기로 했다. 초보 라인에는 화장을 하고 얼굴을 물 밖으로 쫑긋 내밀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할머니, 이상한 자세로 수영하는 할아버지, 숨을 헐떡이는 젊은이가 있었다.
초보 라인은 수영장 가장 안쪽에 있어 물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사다리도 여러 개 있었다. 힘들면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니 '그래, 끝까지 가려고 하지 말고 조금만 갔다가 힘들면 나가자'는 생각으로 다시 물 안으로 들어갔다. 수영장 벽면에 아름다운 물 그림자가 나타났다.
원래 물을 무서워했던 내가 수영을 하게 된 이유는 물 속에서 반짝거리는 그림자 덕분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두려움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저만치 앞장서서 수영하는 파카 언니를 따라 유유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온다면 그때는 더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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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밤러버❤️
온님이 꼬박 두 시간 동안 본 카드 디자인이 궁금해요!+_+
→온👰
위트 섞인 메시지나 그림이 있으면 눈에 더 끌렸어요. 보자마자 풉 웃음이 터졌던 엽서를 보여드릴게요. 저희의 노년을 상상하며 골라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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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투더스카이🦋
다음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온👰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보고 싶어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해야 한다니...
TV 프로그램 <무쇠소녀단>을 봤는데, 4개월 연습 끝에 여배우 출연진 모두 끝까지 해낸 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체력도 기를 겸 3년 안에(?) 나가보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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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
'아내 온은 이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만' 코너가 인상 깊었어요. '신행'이라는 컨셉에 맞추어 부부의 시간을 함께 다룬 것이 흥미롭네요. 각자 원하는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존중하는 부부라니 멋있어요!
덧붙이자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기획은 실행된 기획'이라고 배웠어요. '내 신행 이야기를 누가 봐줄까?'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텐데 고민 끝에 매번 약속된 날에 맞춰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도 정말 대단합니다. 솔직히 처음엔 '친한 사람이 쓰는 거니까 구독해야지~'했는데, 점점 진심으로 독자가 되어갑니다.
→온👰
잠깐 울어도 되나요...? '사적인 여행기를 누가 봐주기나 할까, 재미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소중한 마음을 피드백으로 전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이 계셔서 다음 화, 또 다음 화를 써내려갈 수 있었네요. 진심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진로강사 강지연님은 저희 두 사람이 사회 초년생 때 방황하던 시절 진로에 대해, 아니 '나'를 알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 선생님이자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진로 고민은 @brave_jy 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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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는 12/10(화) 아침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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